상화의 시

단조(單調)
19/04/29 17:41:13 admin 조회 4346

단조(單調)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이상화-

비 오는 밤

가라앉은 하늘이

꿈꾸듯 어두워라.

나뭇잎마다에서

젖은 속살거림이

끊이지 않을 때일러라.

마음의 막다른

낡은 띠집에선

뉜지 모르나 까닭도 없어라.

눈물 흘리는 적(笛) 소리만

가없는 마음으로

고요히 밤을 지우다.

저-편에 늘어 서 있는

백양(白楊)나무 숲의 살찐 그림자에는

잊어버린 기억(記憶)이 떠돎과 같이

침울(沈鬱)-몽롱(曚朧)한

「캔버스」위에서 흐느끼다.

아! 야릇도 하여라.

야밤의 고요함은

내 가슴에도 깃들이다.

벙어리 입술로

떠도는 침묵(沈默)은

추억(追憶)의 녹 낀 창(窓)을

죽일 숨쉬며 엿보아라.

아! 자취도 없이

나를 껴안는

이 밤의 홑짐이 서러워라.

비 오는 밤

가라앉은 영혼(靈魂)이

죽은 듯 고요도 하여라.

내 생각의

거미줄 끝마다에서도

작은 속살거림은

줄곧 쉬지 않아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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