상화의 시

나의 침실(寢室)로
19/04/29 17:48:55 관리자 조회 4503

나의 침실(寢室)로

 

 

-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속에만 있어라- '내말'

 

「마돈나」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(疲困)하여 돌아가려는도다.

아,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(水蜜桃)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.

 

「마돈나」오려무나.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(遺傳)하던 진주(眞珠)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.

빨리 가자.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도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.

 

「마돈나」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.

아, 어느덧 첫닭이 울고– 뭇개가 짖도다. 나의 아씨여. 너도 듣느냐.

 

「마돈나」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(寢室)로 가자. 침실(寢室)로!

낡은 달은 빠지려는데, 내 귀가 듣는 발자국- 오, 너의 것이냐?

 

「마돈나」짧은 심지를 더우잡고,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촛(燭)불을 봐라.

양(羊)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(窒息)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.

 

「마돈나」오너라 가자. 앞산 그리메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.

아, 행여나 누가 볼는지-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, 너를 부른다.

 

「마돈나」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. 사원(寺院)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

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.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.

 

「마돈나」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(寢室) 열 이도 없느니!

아, 바람이 불도다.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, 네가 오느냐?

 

「마돈나」가엾어라.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.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-

내 몸에 파란 피-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목이 타려는도다.

 

「마돈나」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. 갈 테면 우리가 가자. 끄을려 가지 말고!

너는 내 말을 믿는「마리아」- 내 침실(寢室)이 부활(復活)의 동굴(洞窟)임을 네야 알련만 …….

 

「마돈나」밤이 주는 꿈, 우리가 얽는 꿈.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.

아,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(歲月)모르는 나의 침실(寢室)로 가자.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.

 

「마돈나」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,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.

아,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,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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