상화의 시

이해를 보내는 노래 - 1924년 작
19/04/29 17:51:40 관리자 조회 4257

이해를 보내는 노래 - 1924년 작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이상화-

 

「가뭄이 들고 큰물이 지고 불이 나고 목숨이 많이 죽은 올해이다. 조선(朝鮮)사람아 금강산(金剛山)에 불이 났다. 이 한 말이 얼마나 깊은 묵시(默示)인가. 몸서리 치이는 말이 아니냐. 오 하느님- 사람의 약(弱)한 마음이 만든 도깨비가 아니라 누리에게 힘을 주는 자연(自然)의 영정(靈精)인 하나뿐인 사람의 예지(叡智)-를 불러 말하노니. 잘못 짐작을 갖지 말고 바로 보아라. 이 해가 다 가기 전에-. 조선(朝鮮)사람의 가슴마다에 숨어사는 모든 하느님들아!」

하느님! 나는 당신께 돌려보냅니다.

속썩은 한숨과 피 젖은 눈물로 이 해를 싸서

웃고 받을지 울고 받을지 모르는 당신께 돌려보냅니다.

당신이 보낸 이 해는 목마르던 나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다가

누더기로 겨우 가린 헐벗은 몸을 태우려도 하였고

주리고 주려서 사람끼리 원망타가 굶어 죽고만 이 해를 돌려보냅니다.

하느님! 나는 당신께 여쭈려합니다.

땅에 업딜어 하늘을 우러러 창자 비-ㄴ소리로

밉게 들을지 섧게 들을지 모르는 당신께 여쭈려합니다.

당신 보낸 이 해는 우리에게「노아의 홍수(洪水)」를 갖고 왔다가

그날의 「유황(硫黃)불」은 사람도 만들 수 있다 태워 보였으나

주리고 주려도 우리들이 못 깨쳤다 굶어 죽였는가 여쭈려합니다.

아 하느님!

이 해를 받으시고 오는 새해 아침부터는 벼락을 내려주십시오.

악(惡)도 선(善)보담 더 착할 때 있음을 아옵든지 모르면 죽으리다.

 
이전글 비 갠 아침
다음글 도쿄에서
작성자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(숫자)
댓글목록 0개
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
답글쓰기
작성자
비밀번호
자동등록방지(숫자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