상화의 시

달밤, 도회(都會)
19/04/29 17:52:11 관리자 조회 4255

달밤, 도회(都會)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이상화-

 

먼지투성인 지붕 위로

달이 머리를 쳐들고 서네.

떡잎이 짙어진 거리의 「포플러」가 실바람에 불려

사람에게 놀란 도적이 손에 쥔 돈을 놓아 버리듯

하늘을 우러러 은(銀)쪽을 던지며 떨고 있다.

풋솜에나 비길 얇은 구름이

달에게로 달에게로 날아만 들어

바다 위에 섰는 듯 보는 눈이 어지럽다.

사람은 온몸에 달빛을 입은 줄도 모르는가

둘씩 셋씩 짝을 지어 예사롭게 지껄인다.

아니다 웃을 때는 그들의 입에 달빛이 있다 달 이야긴가 보다.

아 하다못해 오늘밤만 등불을 꺼버리자.

촌각시같이 방구석에서 추녀 밑에서

달을 보고 얼굴을 붉힌 등불을 보려무나.

거리 뒷간 유리창에도

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.

 
이전글 곡자사(哭子詞)
다음글 비 갠 아침
작성자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(숫자)
댓글목록 0개
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
답글쓰기
작성자
비밀번호
자동등록방지(숫자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