상화의 시

허무교도(虛無敎徒)의 찬송가
19/04/29 17:55:21 관리자 조회 4304

허무교도(虛無敎徒)의 찬송가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이상화-

 

오를지어다. 있다는 너희들의 천국(天國)으로-

내려보내라. 있다는 너희들의 지옥(地獄)으로 -

나는 하느님과 운명(運命)에게 사로잡힌 세상을 떠난,

너희들의 보지 못할 머-ㄴ 길 가는 나그네일다!

 

죽음을 가진 뭇떼여! 나를 따라라!

너희들의 청춘(靑春)도 새 송장의 눈알처럼 쉬 꺼지리라.

아! 모든 신명(神明)이여, 사기사(詐欺師)들이여, 자취를 감추어라.

허무(虛無)를 깨달은 그때의 칼날이 네게로 가리라.

나는 만상(萬象)을 가리운 가장(假粧) 너머를 보았다.

다시 나는, 이 세상의 비부(秘符)를 혼자 보았다.

그는 이 땅을 만들고 인생(人生)을 처음으로 만든 미지(未知)의 요정(妖精)이 저에게 반역(叛逆)할까 하는 어리석은 뜻으로

「모든 것이 헛것이다」적어둔 그 비부(秘符)를

 

아! 세상에 있는 무리여! 나를 믿어라.

나를 따르지 않거든, 속썩은 너희들의 사랑을 가져가거라.

나는 이 세상에서 빌어 입은 「숨기는 옷」을 벗고

내 집 가는 어렴풋한 직선(直線)의 위를 이제야 가려함이다.

 

 

사람아! 목숨과 행복(幸福)이 모르는 새 나라에만 있도다.

세상은 죄악(罪惡)을 뉘우치는 마당이니

게서 얻은 모-든 것은 목숨과 함께 던져버려라.

그때야, 우리를 기다리던 우리 목숨이 참으로 오리라.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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