상화의 시

극단(極端)
19/04/29 17:50:17 관리자 조회 3806

극단(極端)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이상화-

 

 

펄떡이는 내 신령이 몸부림치며

어제 오늘 몇 번이나 발버둥질하다.

쉬지 않는 타임은 내 울음 뒤로

흐르도다 흐르도다 날 죽이려 흐르도다.

별빛이 달음질하는 그 사이로

나뭇가지 끝을 바람이 무찌를 때

귀뚜라미 왜 우는가 말없는 하늘을 보고?

이렇게도 세상은 야밤에 있어라.

지난해 지난날은 그 꿈속에서

나도 몰래 그렇게 지나 왔도다.

땅은 내가 디딘 땅은 몇 번 궁구려

아 이런 눈물 골짝에 날 던졌도다.

나는 몰랐노라 안일(安逸)한 세상이 자족(自足)에 있음을

나는 몰랐노라 행복(幸福)된 목숨이 굴종(屈從)에 있음을

그러나 새 길을 찾고 그 길을 가다가

거리에서도 죽으려는 내 신령은 너무도 외로워라.

자족(自足) 굴종(屈從)에서 내 길을 찾기보담

남의 목숨에서 내 살이를 얽매기보다

오 차라리 죽음- 죽음이 내 길이노라.

다른 나라 새살이로 들어갈 그 죽음이!

그러나 이 길을 밟기까지는

아 그날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.

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

그를 생각는 그때가 쓰리고 아프다.

가서는 오지 못할 이 목숨으로

언제든지 헛웃음 속에만 살려거든

검아 나의 신령을 돌멩이로 만들어 다오

개천 바닥에 썩고 있는 돌멩이로 만들어 다오.

이전글 거지(원본:거러지)
다음글 이별(離別)을 하느니……
작성자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(숫자)
댓글목록 0개
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
답글쓰기
작성자
비밀번호
자동등록방지(숫자)